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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외계인

일전에 나는 스스로가 외계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구에서 숨쉰다는 것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인데, 난 인간처럼 생겨서 인간계에서 숨쉬기가 불편하니 이것이 가장 큰 증거가 아닌가 생각했다. 인간계, 특히 한반도에서 칭하는 명칭은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단어로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뭔 개똥 같은 소리냐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꽃을 보러, 혹은 싱그러운 나무의 피톤치드를 마시러 가는 날..난 가끔씩 흘러나오는 콧물로 인해 숨을 못쉬어 산송장이 되어간다.

물론 인류는 이런 외계인들의 정착을 돕고자 의약품을 개발했고, 먹으면 약간 몽롱하면서 신기하게도 콧물이 멈추는 그런 의약품을 단돈 몇 천원에 팔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나를 살펴보면
다리는 짧고 허리와 목이 길다. 중력이 있는 지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몸매가 아닌가.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따 먹거나 혹은 목이 조금 기니 만약 외계인이 머리를 이용해서 서로 멀리서 교신을 한다고 하면 적당한 몸매가 아닌가.

오늘 출근을 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기침이 나와서 (지구에서 사는 외계인들은 가끔 이렇게 기침을 한다) 엣취! 하고 기침을 내뱉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넘어질 뻔 했는데, 허리에 심한 통증이 가해졌다. 뉴턴은 사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보았지만, 난 이 순간 온 지구의 중력을 허리로 받아냈다. 기침 한번으로 허리가 망가진 것이다.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너무 심하게 아팠지만 선후배가 같이 있는데서 엄살 부리는 것처럼 안보이려고 옆에 있는 벽을 잡아가며 간신히 버텼는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허리가 긴 나 같은 사람은 지구에서 사는 조건이 맞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기침을 하면 허리가 길기 때문에 모든 힘을 허리로 받아내는데 그래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결국 나는 오후에 상해에 있는 한의원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국한의원, 중국인이 한국어 잘함)에 가서 침도 맞고 부황도 뜨고, 물리치료도 했다. 치료를 하는 중간에는 모든 게 다 나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만큼 몸 상태가 좋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역시나 지구의 모든 중력을 한번에 받은 나의 허리는 버티지 못하고 나는 다시 허리가 아파 휘쳥거렸다.
순간 생각했다. 중력이 없던 고향이 그립구나..거긴 어딜까..수금지화목토천해명..
난 고향을 그리워하며 300위안을 지불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간신히 하루를 마무리 하고 들어오던 중, 운전기사로부터 중국에 홍화유 红花油라는 명약이 삐거나 다친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확인해 보니 홍화유는 없고 아래와 같은 명약이 있다하여 한화 대략 16000원을 주고 구입을 했다.

화타를 생각하며 바르고 침대에 누웠다. 중력을 최소화하니 허리가 아프지 않고 명약을 바르니 맨소래담처럼 화끈시원 화끈시원을 반복한다. 결과는? 지구인의 치료와 지구명약을 발랐으니 좋아지겠지?

관우는 화타가 살에 묻은 독을 긁어낼때 바둑을 두었다고 하는데..역시 지구인들은 독한 것인가. 난 역시 외계인인가..

누워서 스마트폰 때문에 중력을 팔로 느끼며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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