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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urkey) 터키 여행 위험, 형제라는 이름으로...

 

 

2014년 가을, 터키 3일, 말레이시아 2일의 아주 바쁜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국가당 약 5~10만원 정도

 

환전을 하고 3일 후에 터키로 출발했다. 동글이와 여름에 터키를 이미 여행을 했었기 때문에,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이스탄불의 야경은 여느 때 처럼 아름다웠고, 터키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는 여전히 코를 자극했다. 

 

호텔을 간신히 찾아 체크인을 하고,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목이 말라서 음료수와 맥주 한캔을 사서 호텔로 들어갔다.

 

TV를 켜서 이것 저것 돌려보다가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아...코란...

 

 

역시나 새벽에 코란이 울렸고, 아직 기상시간은 좀 남았는데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샤워하고, 양치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스크램블, 빵, 과일 그리고 베이컨을 한 두어개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후배도 곧 나와서 택시를 타러 호텔을 나섰다.

 

호텔 종업원에게 택시를 잡아 달라고 할까 하다가 호텔 앞에 마침 택시가 두 대 서 있어서, 앞에 있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덩치가 약간 컸고, 인상은 다소 엄상궂었으나,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친절한가보다고 생각했다. 역시 형제의 나라인가?

 

도로는 생각보다 차량으로 붐볐고, 회사로 향하면서 택시에서 나오는 즐거운 음악을 듣고 있었다.

 

멀리 있는 블루모스크를 바라보면서.

 

 

곧 택시는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50리라(대충 2만2천원 정도)를 내고, 잠시 뒤에 후배와 이야기를 하며

 

내리려고 하는 순간, 기사가 50리라인데, 5리라(2천원)를 냈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갑에서 다시 50리라를 꺼내서 기사에게 주고, 5리라를 받았다.

 

내려서 택시 문을 닫았다. 택시가 다시 출발하는 찰나, 후배가 말했다.

 

"선배님, 이상한데요? 혹시 50리라 짜리를 바꿔치기 한 거 아녀요?"

 

"...응?"

 

"왜~ 있잖아요. 김 차장님. 김 차장님도 2달 전인가 터키와서 50 리라를 냈는데, 5리라를 냈다고 해서

 

 그걸 다시 50리라 짜리를 냈다고 했었는데..."

 

순간, 한 달전 김 차장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문득 생생히 떠올랐다.

 

설마...설마...그런 수법이 진짜...나에게 있으리라고.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아주 짜증을 내고 싶엇던 건 아닌데, 뭔가 형제의 나라 운운하면서 그렇게

 

사기를 쳤다면 정말 날 바보 천치 취급한 것일테고...그게 사실이라면 난 정말 짜증날 것 같았다.

 

 

우선은 회사가 앞이니 먼저 들어가자고 후배에게 말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주재원과 인사를 하고, 현채인들과 인사를 하고, 직원이 홍차를 가져다 주었다.

 

호주머니 속 지갑을 열었다.

 

한장 두장...왜 이렇게 비지...어제 음료수 산 것 밖에 없는데.

 

50리라가 비어 있었다.

 

아...당했구나. 짜증나...

 

 

2만 2천원이라는 금액보다도, 형제의 나라 운운하면서 당했다는 것이 아주 큰 배신감과 짜증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잡히기만 해봐라...꼭 잡으리라...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 많은 일을 해야겠기에 잠시 그 일은 접어두고 가방에서 노트PC를 꺼냈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주재원들과 함께 한국식당에서 대패 삼겹살을 구웠다. 가볍게 소주도 한잔 했는데,

 

그러면서도 당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쌌다. 이제 내일이 되면 2박 3일의 터키 일정을

 

소화하고, 밤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가야 한다.

 

 

[ 터키 택시 ]

 

 

 

다음 날 아침, 어제와 같이 조식을 먹으러 가서 역시나 어제처럼 빵, 과일, 스크램블 그리고 베이컨을 먹었다.

 

왠지 오늘 아침 그 택시기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아침이었다. 그 이유는 어제 그 택시가

 

이른 시간임에도 호텔 바로 앞에서 정차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동네 주민이거나 이 곳을 자주 드나드는

 

택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첫 번째이며, 아직 그 택시 기사는 내가 어제 당한 것을 발견하고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기 때문에 다시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호텔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뭔지 모를 비장감과 긴장감으로 호텔을 박차고 나왔다. 나오자 마자

 

보이는 것은 노란색 택시. 그리고 그 근처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는 어제 그 우락부락한

 

체구의 택시기사가 보였다. 순간 뭔지 모를 전율이 흘렀다.

 

 

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슬쩍 나를 보더니 반대 방향으로, 뭔가 일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처럼

 

일어나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더욱 그가 사기쳤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나도 그에게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면서 소리쳤다.

 

"Hey! Cheater! 야 사기꾼! 왜 내 돈 5리라를 50리라로 바꿨어? 이 사기꾼아!"

 

그는 못 들은 척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왜 못들은 척해? 이 사기꾼아. 내 돈 내놔!"

 

나는 돈은 돌려받지 못해도 망신은 줘서 앞으로 이렇게 외국인 상대로 사기는 못치게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아주 크게 계속 말했다. 호텔 근처에는 노천 까페 등이 있었고, 꽤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목이 쏠리고, 호텔과 그 택시 뒤에 있던 다른 택시기사가 와서 무슨 일이냐고

 

후배에게 물어봐서 후배는 어제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아주 쪽팔렸는지, 그 택시기사는 돌연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경찰서를 가자고 하는 말에, 그는 대뜸 내 손목을 잡고 사람들이 없는 방향으로 끌며, 경찰서가

 

저쪽이니 저쪽으로 가자고 했다. 딱 보니 사람들이 없고 아주 으슥해 보이는 거리였다.

 

덩치도 크고, 외모도 험악한데 따라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손목을 뿌리치고는

 

"앞으로 그렇게 살지 마라 이 사기꾼아" 라는 말을 연달아 퍼부어줬다.

 

쪽팔렸는지 그는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후련한 마음에 터키로 지역전문가를 다녀온 친구에게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고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니,

 

터키 사람들이 다혈질이라서 최근 영국하고 터키하고 축구경기를 하다가 케밥꼬치로 영국 사람을

 

찔러 죽인 일도 있다고 조심하라고 한다...ㅎㄷㄷㄷ

 

난 후배와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가 업무를 마치고 서둘러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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