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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Vietnam) 베트남 여행, 동글이의 잊고 싶은 기억

2010년 8월 동글이와 사귀기 시작한지 2년째였다. 나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여, 금전적인

 

여유는 별로 없었다. 동글이는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유럽을 한번 다녀왔고, 나는 유럽이라고는

 

콧배기도 모를 그 당시였다.

 

동글이와 여행을 가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던 어느날 난 아래와 같은 초저가 여행을 발견했다. 

 

우와아아아아!!!  549,000원이라니! 2명해봤자 백만원 정도! 오오옷!!!

 

거기에 왕복항공권과 전일정 호텔, 입장료 등 모두 포함이라니!!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사진이 없다. 동글이가 이 기억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아, 어느 순간 자료들을 잃어버렸다.

 

 

돌아보면 기억나는 것은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본 전통인형극인 수상인형극

 

하롱베이에서 배를 타고 다금바리라 불리는 물고기를 먹고(진짜 다금바리였을까?)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웠으며, 현지인들의 노젓는 배를 타고 강가를 구경한 것들이

 

생각난다. 나름 재미도 있었고, 즐길 거리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저가라, 각종 호객이 빠질 수 없었다.

 

크게 3가지의 호객이 기억난다. 그 중 압권은 바로 곰쓸개즙. ㅜ 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렸다. 시골길을 달리고 달려서 어느 한적한 농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내리자 앞에는 곰 우리가 보였다. 뜨거운 태양 탓인지 곰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왠지 측은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어느 시원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 경찰청 사람들에서 나오는 사기꾼 의사 같이 생긴 키가 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곰쓸개의 효능에 대해서 능수능란하게 설명을 하였다.

 

아~~ 곰쓸개가 이렇게 좋은 거구나~~ 라고 생각할 때쯤! 바로 그 때쯤! 옆에 문이 열리며

 

축 늘어진 곰을 베트남 사람 한명이 수레 같은 곳에 싣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옆에 가운 입은 남자가 길쭉한 바늘을 곰에게 꽂았다. 실제 꽂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꼽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뭔가 빨간 것이 쭈우욱 따라 올라왔다. 바로 앞에서 하얀

 

가운 입은 남자는 그것을 즉석에서 작은 사각형의 밀봉된 약봉지로 하나하나씩 만들었다.

 

대충 보니 약 100여포 정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이 좋은 곰쓸개를 즉석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며 구입하실 분을 외쳤다. 외쳤다.

 

"구입하실 분? 구입하실 분? 구입하실 분 없어요?"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

 

"이거 진짜 좋은 겁니다. 구입하실 분 없나요?"

 

어색한 침묵은 계속 흘렀다. 그런 침묵과 질문이 교차하기를 십여분.

 

이제는 질문에서 강요로 바뀌었다.

 

"이 곰은 여러분들을 위해서, 쓸개를 추출하였습니다. 이 쓸개는 지금 판매를 하지 않으면 실제

 

곰에서 추출했다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판매를 못하게 됩니다. 즉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분이 없으면 정말 버려야 합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과 가이드가 계속 강조해서 지금 사야만 한다는 이야기

 

를 하고 약 30분이 더 흘렀다. 갑자기 나이든 어느 어르신이 손을 드셨다.

 

"내가 살게요."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120포라 했나요? 전부 다 내가 살게요"

 

조용했던 침묵을 깨는 그의 말에, 갑자기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짝짝짝짝짝!!!!!

 

나도 박수를 쳤다. 그 침묵을 깨는 그의 말.

 

"얼마라고 했지요?"

 

"650만원입니다"

 

"네, 내가 사지요"

 

다시 한번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나도 박수를 쳤다.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는 비겁한 박수였다. 비겁한 박수.

 

650만원을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긴 것 같은 비겁한 박수.

 

모두가 박수를 쳤지만, 마음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어르신은 올해 칠순으로 자식들이 여행을 보내줬다고 한다.

 

어떤 집안 배경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자식들이 보내준 저가 여행사를 이용하여

 

650만원이라는 거금을 현지에서 쓰신...희안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박수 갈채도 잠시였고, 모두 다시 버스에 탔다.

 

그렇게 다음 여정을 이어갔고, 그 날따라 모두 조용했다. 노부부 이야기를 모두 조용조용 

 

전해 듣고는 마음이 한 결 무거워 진 것 같았다. 

 

그런 기억때문이었을 것이다. 동글이가 베트남 여행을 잊고 싶어했던 것은.

 

총 5일간 라텍스와 쥬얼리라는 호객이 추가로 있었지만, 가볍게 넘어갔다. 

 

아마도 곰쓸개에서의 영향이 컸었으리라.

 

그렇다고 저가 여행사를 비난하거나 할 의도는 없다. 호텔과 항공, 식사 등을 모두 포함하는

 

비용으로는 충당이 안되었을 것이니 추가적인 구매가 필요했음은 분명하다. 

 

당시 가이드는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먹고 살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어느새 그런 전선에 서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마음이 서글퍼진다.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니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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